2021년을 마무리하며
또 한 해가 지나갔다. 긴 꿈을 꾼 것만 같았는데, 눈을 떠보니 2022년이 되었다.
요즘에는 이따금씩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의식적으로 느껴진다. 이제 스물세 살 먹은 놈이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나에겐 벌써 20대 중반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20대 초반의 마지막, 2021년은 정말 쉴 새 없이 달려왔던 한 해였다. 때로는 건강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빛나는 성취를 얻기도 했으며, 때로는 상실의 슬픔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제는 지나간 일들을 정리하면서, 힘들었던 날들과 행복했던 날들을 교훈삼아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고자 한다.
새로운 보금자리
사실 이사를 갈 생각은 크게 없었다. 지독하게 좁고, 춥고, 더웠지만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신청했었던
LH 청년전세임대주택
에 덜컥 당첨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첨이 되면 6개월 이내에 지낼 전셋집을 찾아야 하는데, LH가 가능한 전세 매물이 거의 없었다. LH가 가능하려면 주택에 융자가 거의 없다시피 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어떻게 겨우 매물을 찾아도 사람이 살기 힘든 곳에 지어진 건물이거나 거의 다 무너져가는 건물들만 매물이 남아 있었다.
이 제도를 악용해 시장가보다 훨씬 비싼 전세가로 매물을 내놓는 집들도 더러 있었다. 마침 또 전셋집이 거의 없는 시기였어서 LH가 되는 전셋집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서울에서 사람답게 지낼 전셋집을 구하려면 돈이 얼마가 있어야 하는 걸까 싶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수소문한 끝에 신길동 쪽에 괜찮은 원룸 아파트를 찾았고, 그날 바로 계약을 했다.
사실 집 컨디션이고 위치고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한 달에 거의 40만 원 정도 아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는 아쉬웠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입주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래도 확실히 아파트 형태의 건물이다 보니, 엘리베이터도 있었고 하수도도 잘 되어 있어서 삶의 질은 그전보다 올라간 느낌은 있었다.
반면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지점이 하나 있었으니.. 건물 건너편에 바로 시끄러운 철도 길이 있어 창문을 열면 견딜 수 없는 소음이 들린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창문이 방음이 잘 되는 탓에 문을 닫아놓으면 거의 안 들리지만 출근할 때밖에 환기를 못 시킨다는 것이 엄청난 단점이다.
이번 이사가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반드시 다음 집은 조용한 투룸으로 가도록 하자..
생애 첫 컨퍼런스 발표
2021년에도 어김없이 컨퍼런스 시즌이 돌아왔다. 연말이 되면 다양한 개발 컨퍼런스들이 개최되는데, 나는 이 시즌에 가장 유심히 챙겨 보던 컨퍼런스가 있었다. 바로 FEConf이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 컨퍼런스를 보면서 프론트엔드 기술의 동향을 파악하고 여러 연사자분들의 발표를 보며 공부해왔었다.
올해는 언제 개최하는지 궁금해서 관련 소식을 찾아보던 중, 9월쯤에 FEConf 연사자 모집 공고가 떠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전부터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계속 관심을 가지며 Follow Up하고 있는 Webpack 5 Module Federation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이 기술을 실제 프로덕트에 도입하기 위해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리서치하고 PoC도 해보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많은 스폰이 필요했던 기술이었기에, 실제로 퍼블릭하게 풀려있는 정보들은 너무나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직접 개발자에게 DM을 보내 질문을 하기도 하고 Module Federation에 대해 자세히 기록된 문서를 구매해서 공부하기도 했다.
거대한 모놀리식 아키텍처의 문제를 너무나도 뼈저리게 겪어왔던 터라, 마이크로 프론트엔드 아키텍처 도입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도 컸었다. 돌아보면 정말 그 두 달 동안은 마이크로 프론트엔드 아키텍처에 되게 매달렸던 것 같다.
FEConf는 워낙 실력 있고 유명하신 분들이 많이 발표하시는 컨퍼런스여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열심히 준비한 만큼 발표가 깔끔하게 잘 나와서 기쁜 것 같다.
실제로 발표를 보고 이 기술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연사자 입장으로서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다.
발표 후 3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이 기술은 크게 커뮤니티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사실 어떤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생태계로부터 수용 받고, 그 생태계를 지탱하는 커뮤니티의 관심이 필요하다.
웹 생태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 하나쯤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도 비일비재한 것 같다. 2021년 4월에는 Technology Radar에서 Assess 단계였던 Module Federation이 이제는 레이더망에도 잡히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 기술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프로덕션에 도입해 본 입장으로서 실제 프로덕트에 도입하기에는 아직까지 다소 러닝커브도 높고 정보가 너무 제한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웹 프론트엔드 생태계에서 마이크로 프론트엔드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져서 언젠가 프로덕션에 바로 도입할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이직
아마 올해의 가장 큰 이벤트이자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아닐까 싶다. 이직은 내게 2021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그리고 이루고 싶은 목표였다.
이직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굉장히 많은데, 이유를 몇 가지 꼽는다면
- 사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받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B2C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다.
- 뛰어난 동료들이 있는 곳에서 용의 꼬리로 들어가 폭풍 성장하고 싶다.
- 나의 퍼포먼스를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가서 비즈니스에 기여하고 싶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위에서 나열한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일단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후로 가고 싶은 회사들을 Notion에 정리했다. 사실 내가 시장에서 어떤 가치의 개발자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한다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회사에 지원했다.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 당근마켓, 토스 순으로 지원했다. ENFP 개발자로서 지원 순서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다.
사실 나는 React를 직접 실무에서 사용해 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React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토이 프로젝트도 여럿 진행해 보고 공식 문서도 여러 번 읽어보면서 어느 정도 React에 대한 이해가 있긴 했다.
평소에 React를 '사용한다'라는 관점을 넘어, '왜 사용하는가'와 '어떻게 동작하는가'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던 덕분에 쉽지만은 않았던 과제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테크 인터뷰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따로 인터뷰에서 어떻게 답변을 할지는 크게 준비하지는 않는 편이다. 정말 기본적인 질문조차도 크게 준비하지 않고 내 머리가,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말한다. 개인적으로 2019년에 수시 면접을 준비하면서 얻은 노하우다.
어떻게 대답할지에 대한 질문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복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Notion을 활용하여 복습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씩 인터뷰 전까지 공부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인터뷰를 잘하는 체질인 것 같다. 되게 떨릴 것 같았는데 인터뷰 과정 모두를 통틀어 크게 긴장되는 지점이 없었고, 커피챗하는 느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느끼는 점들을 가감 없이 어필했던 것 같다.
이러한 지점들이 인터뷰어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한 달 정도의 긴 채용 프로세스를 마쳤다. 감사하게도 지원한 모든 팀으로부터 최종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다. 다 너무 좋은 팀이어서 정말 2주가 넘는 시간동안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했던 것 같다.
사실 이 고민의 시간이 제일 고통스러웠다. 이번 선택이 내 커리어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택임을 직감하고 정말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토스팀 합류
올해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나는 비즈니스에 공감하면서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개발할 때 최상의 퍼포먼스가 나온다는 것이다. 원래는 딱히 어떤 팀을 가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이런 생각이 들고부터 가고 싶은 팀이 생겼다.
바로 토스팀이었다.
평소에도 토스팀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 무엇보다도 프로덕트를 보면서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아왔다. 실제로도 이 블로그의 디자인을 보면 토스 피드로부터 영감을 받은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토스팀에 합류하게 된다면 나의 퍼포먼스의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결국 나는 토스팀으로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토스팀에 와서 온보딩 과정을 밟으며 느낀 점은 **"온보딩도 토스팀답다"**라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모든 궁금증을 온보딩 과정에서 해소할 수 있었다.
아직 입사한지 2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토스팀에 온 이상 성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너무나도 뛰어난 동료분들로부터 배우고, 나 또한 그러한 분들과 함께 훌륭한 프로덕트를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당신도 깊게 몰입했던 무언가가 있나요?
이직을 결심했을 때, 나는 무엇을 바라고 이직을 선택했을까?
아마도 몰입하는 즐거움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며 일을 하는 것을 너무나도 갈망해서가 아닐까 싶다.
2022년을 시작하며
2021년도 재작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엄청난 성장을 했다. 2022년도 작년과 같이 많은 일들이 있있고, 엄청난 성장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운동도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아무래도 워커홀릭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일을 하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체력이 의지를 받쳐주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힘들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어왔던 건강도 챙기고 조금 더 '나'에게도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